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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황제'가 베트남에 납신 까닭 SG그룹이 후원한 충남방적배, 첫 베트남 어린이바둑대회
파일 날짜 2014-01-21 조회수 4284
▲ '김치~' 동남아에 한국바둑을 전파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은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의 익살스런 포즈. 어디서건 바둑이 있는 곳이면 즐겁다. 특히 어린이바둑대회에서는 더욱더. (사진/ 이강욱 8단 제공)


늘 더운 날씨 탓에 어찌 시간이 흘렀는지 느낄 겨를도 없이 찾아온 2014년 새해. 이 곳 베트남 호치민 시에선 아주 특별한 대회가 열렸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한국 SG그룹의 이의범 회장께서 지난 1월12일 베트남 어린이바둑대회를 개최해 주었다. 제1회 충남방적배 호치민시 어린이바둑대회.

더구나 서대원 대한바둑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조훈현 국수, 양재호 사무총장, 유창혁 9단, 윤여창 K-바둑 대표 등이 이번 행사에 큰 관심을 갖고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그동안 비공식적인 어린이대회는 더러 있었지만 이처럼 베트남 기(碁) 협회에서 주관하고 한국 기업에서 후원하는, 어린이만을 위한 공식적인 대회로는 베트남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유명 프로기사 분들까지...

 
▲ 베트남에서 한국기업 후원으로 개최된 첫 공식 어린이 바둑대회.

대회 개최야 말할 것도 없이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베트남에서 바둑을 보급하고 있는 처지에서 이처럼 한국으로부터의 높은 관심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름 기대를 하고 올 텐데 혹여 참가인원이나 대회 수준에 실망할까봐...

베트남에는 아직 바둑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바둑인구가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인근 국가 태국은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데 베트남은 고작해야 1000~2000명 남짓이다. 연령층 또한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생들이 대다수라서 어린이들의 호응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귀한 손님을 모셔놓고 객석이 텅 비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하노이, 벤쩨 등등 여러 도시에 급히 연락을 취했지만 대회참가만을 위해 자비로 호치민시까지 오는 것 또한 이 곳 사람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런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베트남 기 협회에서도 어린이들만 불러 행사를 치르기엔 대회장이 썰렁(?)할 것이니 프로기사 다면기 행사에는 성인, 대학생들도 참가시키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대회 장소도 최대 약 5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곳으로 간소하게 준비하였다. (베트남 碁 협회란 베트남 문화관광청 소속으로 체스, 중국장기, 바둑을 총괄 관리하는 정부기관이다.)

그러던 중 베트남 어린이뿐만이 아닌 한국, 일본 어린이들에게도 문호를 넓히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교민 자녀들까지 참가하는, 대회 명칭은 호치민시의 바둑대회지만 여러 나라의 어린이가 참가하는 국제 어린이바둑대회가 되었다. ^^

 
▲ 대회장 밖에 걸린 현수막이 동네 바둑잔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참가 인원의 부족에 대한 내 걱정은 대회 참가신청 막바지에 이르러서 곧 다른 걱정으로 바뀌었다. 최대 25명 정도를 예상했던 참가자 수가 36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로 늘어나 있었고 다면기에 참가하는 성인, 관전자, 학생 부모님들까지 최대 60~70명에 이르렀다. 이제는 협소한 장소를 걱정해야하는 행복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베트남-25명 (호치민시 16명, 붕따우 5명, 벤쩨 4명 참가)
한국-9명
일본-2명

조금은 생소한 도시, 이번 대회에 5명이 참가한 붕따우 팀. 해변에 위치한 붕따우(Vung Tau) 시는 호치민시에서 약3~4시간 떨어진 휴양도시다. 2013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에 처음으로 명함을 내밀었던 붕따우 팀은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다. 가르치는 선생조차도 10급 남짓한, 바둑판과 알도 충분치 않은 열악한 사정임에도 이번 대회에 적극 호응해주었다. 그들의 열의가 고맙다.

대회준비에 큰 역할은 없었지만 심적 부담이 큰 탓인지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바쁘고 시간은 흘러 대회 당일이 되었다. 협소할까 걱정했던 대회장은 대회 운영요원들의 기지로 제법 그럴 듯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그렇게 “제1회 충남방적배 호치민시 어린이바둑대회”가 열렸다. 서대원 부회장의 축사, 베트남 기 협회 부회장의 답사로 개막식을 마치고 어린이대회와 다면기 행사가 시작되었다. 다면기를 두느라 애써주신 조훈현, 양재호, 유창혁 세 분의 선배님-호칭이 어색하다. 내게는 선생님 같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 전한다.

 
▲ 유창혁, 양재호, 조훈현 9단의 지도다면기 모습.

비록 베트남 어린이들을 위한 대회였지만 내게는 베트남 대회에 참가한 한국교민 제자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바둑을 배운 기간이 짧은 한국 어린이들이 몇년씩 바둑을 배운 베트남 어린이들에게 어느 정도 버텨낼지...물론 베트남 제자들도 있었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가 보다. 한국 제자들의 대국이 조마조마했고 입상은 언감생심일 테니 제발 한 판만 이겨다오 이런 심정이었다고 할까. 평소 까불기만 했던 한국 어린이들도 대회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제법 그럴 듯한 자세로 베트남 어린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8세 이하, 12세 이하, 16세 이하 세 부문으로 나뉘어 치른 대회는 역시 예상대로 베트남 어린이들의 강세가 뚜렷한 가운데 12세 이하 부문에서는 한국 제자가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후원사인 충남방적 측에서는 입상자들뿐만이 아닌 참가자 모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대회를 원하였고 그 일환으로 입상하지 못한 어린이들 중 각 부문마다 3명씩 감투상을 따로 수여하니 아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다면기에 참가했던 성인들 또한 소정의 상금으로 모두가 즐거워하며 대회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이번 대회의 취지는 베트남 바둑발전과 베트남 어린이들을 위한 대회였지만 한국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의 호응은 내게 또 다른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참가는 안했지만 대회 참관을 목적으로 발걸음한 부모들도 이렇게 훌륭한 대회인줄 몰랐다며 아쉬워하면서 벌써부터 내년 대회 여부를 물어왔다. 입상 못한 한국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 부모님들께 내년 대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얘기까지 하더라는... 한국 어린이들이 이 정도니 베트남 어린이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테다.

 
▲ 대회 입상자들의 기념촬영.

특히 이번 대회에는 베트남 기 협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바둑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스의 인기가 높은 베트남이기에 3가지 종목을 함께 관리하는 협회이긴 하지만 인기가 낮은 바둑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없다 해도 무방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바둑은 그간 알게 모르게 설움을 많이 당해왔지만 이번 대회는 체스협회 측에서도 대회장소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참말 고마웠다.

들리는 얘기로는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또 다년간 베트남에서의 바둑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LS그룹과 이번 대회를 열어준 SG(충남방적) 등의 베트남 바둑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으로 베트남 기 협회 고위층에서도 바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바둑연맹 회장인 서대원 대한바둑협회 부회장께서는 이번 행사 외에도 2019 하노이 아시안게임 바둑종목 채택을 위해 이미 베트남에 여러 차례 다녀가셨고, 양재호 총장께서도 두 차례 다녀가셨다.

끝으로 이번 대회를 개최해 준 SG그룹 이의범 회장님, 대회 진행에 힘써준 충남방적 성팔용 법인장님, 그리고 먼 이곳까지 오셔서 자리를 빛내준 서 대원 부회장님, 더운 날씨에 다면기로 고생하셨을 조훈현 국수님, 양 재호 총장님, 유창혁 사범님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대회를 적극 도와준 베트남 기 협회 관계자들, 그 외에도 대회에 참석하여 대회를 빛내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베트남 = 이강욱 8단]

 
▲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출처-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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